
이제야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시 / 김 건희
무명베 바느질에
닳은 손톱이 아려와도
저승길 밝히시려
봉숭아 꽃물 곱게 들이시던 어머니
행여
자식에게
짐이 될까 그 걱정에
아픈 몸 일으켜
손사래로 돌아앉아
외가닥 생사의 끈
모질게 자르셨을 당신에게
지천명 반 이라도 떼어
함께 나누지 못한 업보로
이제야
당신 모습 눈에 밟혀
피멍울로
가슴에 피만 남았습니다.
사랑합니다
소리한번 변변히 못한
그리움
목젖까지 차올라
울기조차 겨워지면
망초꽃 하얀 숨결
한잔 술 부어 잠재워 놓고
못난 딸은
제 발등 찧는 늦은 후회로
잠 못들며 부유하며
새벽을 채웁니다.
뼛속 깊이 드린 상처
부메랑으로 돌아와
새벽 찬 이슬에 수 없이 헹궈내봐도
위벽을 깍아내는 쓰린 속으로 남아
그 설움으로 하여 철이 드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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