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에 투영된 나의 일상 - 박혜라 ㅡ,
유리창엔 비
/햇빛촌
낮부터 내린 비는 이 저녁 유리창에
이슬만 뿌려 놓고서
밤이 되면 더욱 커지는 시계 소리처럼
내 마음을 흔들고 있네
이 밤 빗줄기는 언제나
숨겨놓은 내 맘에 비를 내리네
떠오른 아주 많은 시간들 속을
헤매이던 내 맘은 비에 젖는데
이젠 젖은 우산을 펼 수는 없는 걸
낮부터 내린 비는 이 저녁 유리창에
슬픔만 뿌리고 있네
이 밤 마음 속엔 언제나
남아 있던 비워둔 빗줄기처럼
떠오른 기억 스민 순간 사이로
내 마음은 어두운 비를 뿌려요
이젠 젖은 우산을 펼 수는 없는 걸
낮부터 내린 비는 이 저녁 유리창에
슬픔만 뿌려 놓고서
밤이 되면 유리창에
내 슬픈 기억들을
이슬로 흩어 놓았네
추적 추적 비가 내린다 ㅡ,
비 오는 날은 왠지 한 곳에 들어 앉아 마냥 창 밖만 바라보고 싶어진다...
거기에 향긋한 커피 한잔과 감미로운 음악까지 곁들이면...
조금은 센티멘털해지기도 하고 또 조금은 우울해지는 듯도 하다...
하지만 그리 싫지 않은 차분함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얻은 모처럼의 휴식이다...
비 오는 날의 세상 풍경도 그렇다...
빗소리는 시끌시끌하던 거리의 소음을 모두 삼켜 버린다...
아스팔트 도로는 열기를 가라앉히고...
가로수는 잃어 버린 생기를 되찾는다...
노란 우비를 입은 아이들은 신이나고...
우산 속 연인들은 다정하다...
비 내리는 세상은 온통 촉촉하다...
서양화가 박혜라의 그림에는 늘 비가 내린다...
그녀의 그림은 현대인의 목마른 갈증을 사라지게하고...
평온한 숨을 내몰게한다...
박혜라는 비 내리는 풍경, 그 중에서도 도시의 풍경...
불빛을 반짝이며 지나가는 자동차...
우산을 쓰고 지나가는 사람들...
저 멀리 반짝이는 도시의 불빛 등을 화폭에 담고 있다...
그 모습은 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보여진다...
우리 눈이 직접 바라보는 풍경이 아니라...
유리창에 한번 투영되어 비치는 비오는 풍경을 그리고 있다...
그래서 박혜라의 그림은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캔버스가 아닌 유리창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정신없이 바쁘고 혼란스럽기만하던 도심도...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줄기를 통해서는...
한없이 아름답고 투명해 보인다...
도시의 불빛은 빗물에 얼룩져 더욱 영롱히 빛나고...
저 멀리 흐릿하게 번지는 빌딩은 평온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 때 유리창은 자연과 도시 사이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된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자연과 도시는 대조를 이룬다...
그러나 내리는 비 속에 자연과 도시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둘은 하나로 녹아난다...
사실 그녀는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꾸만 사라져가는 산과 들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더 빠른 길을 내기 위해 산을 깍고 들판을 가로 지르고...
도시를 가꾼다는 미명아래...
온갖 풀과 나무를 다듬는 인간들의 몹쓸 짓이 싫었다 한다...
그러나 비는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문명이 발달한다해도...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자연"이다...
비가오면 인간은 그저 작은 우산 하나에만 의존 할 수밖에 없는...
미약한 존재일 뿐이다...
창을 타고 내리는 비는 고이거나 머물지 않는다...
계속해서 흐른다...
그러기에 박혜라의 비는...
세상의 온갖 더러움과 이기심을 깨끗하게 씻어 낼 수 있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 속 비는...
우울하거나 쓸쓸한 이미지만을 갖지는 않는다...
비를 통해 도시는 깨끗하게 정화되며 새롭게 태어난다...
사실 박혜라는...
비 내리는 풍경보다 비 그친 풍경을 더 그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비 온 다음날, 맑게 개인 하늘과 싱그러운 나뭇잎처럼...
온갖 세상의 고통과 상처를 흘려보낸 뒤의 깨끗한 세상...
그녀는 그 아름다운 세상을 화폭에 담기를...
더 간절히 원했을런지도 모르겠다...
박혜라는 인간과 자연...
그리고 문명에 대한 고민을 화폭에 담고 싶어하는서양화가이다...
지난 몇 년 전부터 "비오는 날" 연작을 그리고 있다...
<찾아가는 미술관>, <아트 페어>, <경기미술협회 대만 초대전>등...
1백여회의 초대전 및 그룹전을 가졌으며 4회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원본의 복사본입니다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