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음악과 글

꽃잎에 비 내리면 / 도종환

달빛그림자 2008. 11. 24. 11:34






꽃잎에 비 내리면 / 도종환

초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하루를 꼬박 울고도 모자라
꽃잎에 노래 한 소절 기어이 얹어 놓는다

밤새도록 옆에서 통음하던 달이
도미솔 도미솔 낮은 화음으로 걸리면
호기심의 골목마다
만삭의 욕망들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들

세상은
흔들릴수록 단단해지는 감옥이라서
한 사발의 부질없는 안부마저도
적막 공중에 부치지 못한다

플라타너스 잎잎에 부서지던
외짝 가슴에
기어이 아침이 밝아오고

누가 볼까 봐 보고 싶다는 말
참 보고 싶다는 말을
비 개인 하늘 한 귀퉁이에 슬며시 찔러두었다.



흐르는곡/Metalic Rain-Vangelis/ j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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