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음악과 글

당신 앞에 나는 / 이해인

달빛그림자 2009. 1. 28. 22:30

        당신 앞에 나는 / 이해인
        당신 앞에 나는 꼼짝도 할 수 없는 항아리에요.
        비켜 설 땅도 없는 이 자리에서 당신만 생각하는 길고 긴 밤낮. 나는 처음부터 뚜껑 없는 몸이었어요. 햇빛을 담고, 바람을 담고, 구름을 담고, 아직도 남아 있는 비인 자리, 당신만이 채우실 자리. 당신 앞에 나는 늘 얼굴 없는 항아리, 기다림에 가슴이 크는 항아리에요.
        -j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