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JAZZ

재즈음악 듣기

달빛그림자 2009. 12. 9. 23:34

재즈음악 듣기|

 
재즈연주를 듣는다는 것은 사실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듯합니다. 재즈를 듣는 다는 것은 흔히 가요나 팝을 듣는 것과는 달리 솔로 - improvisation(즉흥연주) 이라는 생소한 부분을 들어야 하는 부담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솔로라는 것이 음악(재즈건 팝이건 락이건.. )을 직접 연주해보지 않은 감상자들에게 있어서는 정말 어렵게만 비쳐지는 코드, 스케일에 입각하고 있는 것이어서 더더욱 그럴 수 밖에 없겠지요.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실제로 곡을 듣는 내용들을 가능한한 상세하게 풀어서 써드릴까 합니다. 그래도 아마 모호함이 계속 남아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그 이후의 부분들은 많이 듣고, 많이 느껴보는 수밖에 없다는, 정말 상투적인 말로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군요. 정말입니다! 코드가 뭔지, 스케일이 뭔지 하나도 모르는 분들이라도 많은 음반들을 접하고 많은 연주자의 솔로라인들과 많은 라이브 관람을 통해서 듣고 또 듣고... 어느날엔가는 틀림없이 아, 이런느낌이구나, 라는 것을 퍼뜩 생각하게 되는 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주위의 많은 분들께 그런 이야기를 들었고, 저도 그랬으니까요.
간단하게 제가 곡을 들을 때 주의해서 듣는 부분들을 말씀드리고, 뒷부분에는 외국의 책에 있는 부분들과 그외의 이것 저것을 혼합해서 실제로 곡을 선정하여 곡의 흐름을 분석해 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1. 곡의 형식을 파악한다.

곡을 들을 때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이 곡이 과연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 곡인가 하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서 32마디의 AABA형식으로 이루어진 곡이라거나, 이곡은 블루스 곡이라거나 하는 점을 알아야 솔로를 그 만큼씩 유의해서 들어 갈 수 있겠죠.

2. 곡의 멜로디를 익힌다.

많은 곡들의 코드라는 것은 멜로디에 입각해서 잘 어울리는 소리들을 만드는 것이 보통입니다. 물론 이것은 가장 기본적이고 전통적인 관점에서의 얘기고요, 많은 재즈작곡가들은 ( 대부분의 경우 연주자와 작곡가는 별로 구분이 없습니다. ) 자신들이 솔로를 시도하고 싶은 어려운 코드진행을 미리 만들어놓고 멜로디는 그냥 이 코드진행에 맞는 소리를 끼워넣곤 합니다. 팝이나 가요에서 들리는 감미로운 멜로디와는 딴판으로 음이 들쑥날쑥한 멜로디가 재즈에 유난히 많은 이유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멜로디는 (테마-theme, 헤드-head라고도 많이 부릅니다) 코드진행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곧 멜로디를 따라간다는 것은 곡의 코드진행을 따라간다는 것과도 거의 같은 뜻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꼭 그런것만은 아니라고 또 사족을 덧붙입니다. 같은 멜로디를 놓고 코드를 다르게 붙이는 것을 reharmonization(불협화음?)이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재즈 연주에는 요놈은 약방의 감초와도 같이 꼭꼭 끼어들게 마련이지요. 어쨌거나, 요점은 코드를 모르면 멜로디를 기억합시다. 그러면 솔로를 듣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멜로디와 솔로라인을 비교해본다.

미리 언급해 두지만 솔로와 즉흥연주(improvisation), 애들립(ad-lib)은 모두 같은 뜻으로 사용하는 말입니다. 솔로라는 말을 가장 많이 쓰고, 임프로바이즈한다는 표현도 자주 쓰죠. 애들립이라는 말은 실제로 재즈연주자들 사이에서는 그리 많이 사용하지 않는 단어입니다.

기본적으로 재즈연주라는 것은 연주를 하면서 다른 곡을 수십곡씩 즉흥적으로 써내려가는 작업을 말합니다. 곧 솔로라는 것은 같은 코드를 가진 다른 곡을 바로 연주해내는 것을 말합니다. 멜로디 한번에 해당하는 길이를 한 코러스라고 하는데, 솔로 연주자들은 솔로를 하면서 두코러스 이상을 묶어서 한 곡을 쓰기도 하고, 한코러스로 두곡을 쓰기도 하고, 또는 멜로디의 진행과는 전혀 관계없이 스케일의 소리만을 가지고 아주 난해한 솔로를 전개하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하는사람 마음대로입니다. 코러스의 수를 제대로 지켜주기만 하면 말이죠. 코드진행까지도 연주를 하면서 즉흥적으로 바꿀 수 있거든요. 여담이지만 솔로 도중에 연주자가 즉흥적으로 코드를 바꾸면서 연주를 하면 나머지 베이스, 피아노는 알아서 바뀐 코드로 반주를 하곤합니다. 물론 이것은 최고수준의 연주자들 얘기입니다.

멜로디를 기억하고 있으면 솔로를 들으면서 기억한 멜로디를 같이 따라서 머릿속으로 불러봅시다. 마치 노래를 하듯말이죠. 대부분의 경우에 솔로와 멜로디를 비교해보면 그 연주자가 솔로를 하는 기본적인 아이디어가 어떤 것인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많은 연주를 들어본 사람의 경우에는 딱히 멜로디를 따라간다거나 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솔로라인의 진행을 들으면서 곡이 어디쯤 흘러와 있는지, 어디쯤에서 화성이 갑자기 바뀌는지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베이스의 워킹이나, 피아노의 컴핑을 들어도 알 수 있고, 또 이런 부분에서는 솔로주자의 라인이 각도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이런 부분들을 잘 들을 수 있는 정도가 된다면 그때는 아, 솔로를 조금 들을 수 있게 되었구나, 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이 솔로를 들을 때는 연주자의 솔로 뿐 아니라 다른 연주자들의 플레이도 함께 듣는 것이 필수적인데요. 사실 음악을 처음 들으면서 베이스라인과 컴핑과 리듬을 한꺼번에 같이 듣는 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같은 곡을 수십번 씩 들으면서 한번 연습을 해보도록 하세요. 어느날 여러명의 연주가 같이 귀에 들리게 될때의 기분이란 말할 수도 없겠죠.

그렇다면 좋은 솔로란 어떤 것일까요?

3.1. 좋은 솔로라인이란 어떤 것인가.

먼저 솔로를 어떻게 하는 것인지 간단히 말씀드리지요. 솔로를 하기 위한 코드체인지(코드진행, Chord Progression)은 연주자에게 있어서는 온갖 종류의 스케일의 집합체입니다. 재즈에서 쓰이는 스케일이 몇개쯤 되는지 일일이 세어본 적은 없지만 조금만 생각해봐도 100개는 훌쩍 뛰어넘습니다. 또한 한 코드에서 여러가지의 스케일이 쓰일 수 있기 때문에, 연주자는 짧은 순간에 이 스케일들을 선택해내야 하고, 선택한 스케일을 이용해서 프레이즈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이 뿐인가요. 다른 코드를 써서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는 가를 검토해서 순간적으로 reharmonize하기도 하고, 동시에 다른 연주자들의 소리에도 맞춰줘야 합니다. 이 모든 가능성들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 바로 연주자의 솔로라는 뜻입니다. 이 솔로가 좋다는 것은 몇가지의 다른 뜻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남들과는 다른 프레이즈를 잘 만들어 낸다거나, 꼭 시간을 두고 작곡한 것과 같은 아름다운 멜로디라인을 짧은 시간에 잘 만들어 낸다거나, 남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음들을 사용했는데 너무도 잘 들어맞는다거나 정도의 의미가 됩니다. 예를 들어 아주 멜로디가 아름다운 솔로를 듣고 싶다면, 구하기 쉽고 꼭 들어봐야 할 앨범중에 Art Pepper meets the Rhythm Section이나, Modern Jazz Quartet의 Django같은 앨범들이 있겠죠. 또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꾸어낸 앨범중에는 Miles Davis 의 Kind of Blue나, John Coltrane의 Giant Steps같은 앨범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이 앨범들을 꼭 한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솔로를 유심히 들어보세요. Giant Step에서의 콜트레인의 솔로라거나, So What에서의 마일스의 솔로, Django에서의 밀트잭슨의 솔로등등은 정말이지 아름다운 솔로들입니다.

이러한 솔로들을 곧 연주자의 지문이자 그의 특색, 그의 인격, 뭐 그 자체입니다... 라고 얘기를 합니다. 특이한 연주는 곧 추종자를 낳게 마련이지요. 예를 들어 Charlie Parker(Bird), John Coltrane, Sonny Rollins, MIcheal Brecker의 영향을 받지 않은 색소폰 주자를 찾기란 정말 하늘의 별따기와 마찬가지입니다. Charlie Parker와 또 한명의 대가인 Sonny Stitt같은 사람의 연주를 나란히 비교하면서 들어보면 구분할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이런 경향들은 그연주자의 후기 앨범으로 갈 수록 자신의 음악을 찾는 경우가 많아지니까 덜해지긴 합니다만. 어쨌거나, 톤이나 그 만의 박자감각, 솔로라인까지 합하면 웬만한 대가의 연주는 처음듣는 앨범이라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경우지요. 라디오를 듣다가, 저런 톤을 가진 사람은 콜트레인 밖에는 없는데 솔로는 좀 다르네... 이러다가 알고보면 꽤 초기의 앨범이었다거나, 저건 찰리파커 같은데.. 어..? 라고 생각해보면 그의 영향을 받은 연주자의 초기 앨범이었다거나. 뭐, 음악을 계속 듣다보면 이런 일은 정말이지 비일비재합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은 횡적으로 솔로를 듣는 방법입니다. 말 그대로 연주자의 솔로라인을 멜로디적인 관점에서 따로 떼어 파악하는 것인데요. 솔로에 중요한 것은 이것뿐이 아닙니다. 더욱 더 중요하다고도 말할 수 있는 것은 종적인 면, 한 순간에 있어서의 음들의 집합입니다. 조금 더 자세하게 말해보도록 하지요. 한 코드가 있다고 할 때, 연주자들이 낼 수 있는 소리들은 이 코드내의 소리들과 코드 밖의 음이면서도 주어진 코드와 잘 어울리는 소리들이 있습니다. 이 순간 피아노 주자가 코드톤을 3개 동시에 연주했고, 베이스 주자가 다른 음 하나를 연주했다고 하죠. 솔로주자가 나머지 음 중 하나를 연주해주었다면 이 순간 아주 훌륭한 화음이 된 것이지요. 솔로를 들어나가면서 이러한 과정을 파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하지만 사실 직접 연주를 하고 있다거나 웬만큼 듣는 귀가 좋지 않고서는 이렇게 음을 파악하기란 정말 힘든 일이지요.

3.2. 스탠다드를 많이 듣는다.

스탠다드란 재즈에서 아주 많이 연주되는 곡들입니다. 옛날 영화음악 주제가들부터 시작해서, 대가들이 쓴 시대를 바꾼 곡들등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그 수라는 것은 뭐 말 할 수도 없이 많지요. 솔로를 잘 듣기 위해서는 이 스탠다드 곡들을 많이 들어볼 것을 권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스탠다드가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들이라는 데 있습니다. 멜로디도 모르고 코드도 모르면 재즈연주를 <알아듣기>란 정말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스탠다드 곡의 멜로디를 열댓개만 외고 있어도, 웬만한 유명한 앨범에는 한곡씩 끼어있게 마련이니까, 그 곡 만큼은 좀 더 심도있고 진지하게 감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베이스 두대가 멜로디를 연주한다고 생각해봅시다. 이건 뭐, 멜로디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정말이지 장난하는 것으로 밖에는 들리질 않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스탠다드한 멜로디들이 연주자의 솔로에서 많이 차용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건 정말 재미있는 일이지요. 연주자가 솔로를 열심히 하다가 갑자기 다른 노래 멜로디를 잠깐 불어버린다고 생각해보세요. 듣는 사람들은 한순간 씩 웃으면서 흥겨움에 젖게 된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Oscar Peterson은 We get Requests 앨범에서 엔딩을 하면서 갑자기 바흐를 연주하기도 하고요, 이정식씨의 Lee JungSik in New York 앨범에서는 Someday My prince will come을 연주하면서 갑자기 '나의 고향' 테마를 연주하기도 합니다. Charlie Parker의 'Bird and Diz'앨범에서는 갑자기 '하바네라'를 연주하기도 하고... 이런 일은 정말 셀 수도 없이 많답니다. 유명한 곡들을 많이 알고 있을 수록 연주를 감상하는 데에도 좋다는 뜻이지요.

4. 곡이 새롭게 해석된 것인지를 감상한다.

요즘은 무서운 신예들이 많지요. 이제는 대가라고 불러도 될 Joshua Redman이나, James Carter, Leon Parker, Stephen Scott 등등등. 지금 언급한 사람들은 다들 이제는 신예라고 하기는 좀 힘들 사람들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젊은 사람들은 스탠다드 곡을 자신의 취향으로 재해석하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또 기존의 연주자들도 마찬가지겠죠. 재즈라는 음악 자체가 정해진 편곡보다는 간단한 멜로디와 코드만 달랑 놓고 다음은 니들이 알아서해.. 이런 식의 음악이다보니, 연주자마다 해석이 다를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때 이 곡의 다른 연주를 많이 들어본 사람들이라면 깜짝 놀랄만한 진기한 편곡들로 가득차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저 곡일 뿐이라는 겁니다. Leon Parker의 데뷔작이었던 'Below & Above' 앨범이나 James Carter의 'Jurassic Classics', The World Saxophone Quartet의 'Plays Duke Ellington'같은 앨범들. 이런 류의 앨범들은 찾아보면 셀 수도 없이 많답니다. 주로 tribute to 누구누구...라는 정도의 이름이 붙은 앨범에는 이런 것들이 많지요. 이런 앨범들은 나중에 꼭 그런대로 편안하게 연주한 원곡들과 비교해서 다시 들어보기를 바랍니다. 
- j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