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함석헌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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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 석헌옹은 `그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시에서 위와 같은 문구로 나자신을 깨닫게 한다.
그 같은 질문을 받게된다면
"네!"라는 대답을 명확히 할 사람이 몇 이나 될까...
나는 망설임끝에 `아니오`라고 대답할 밖에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급박한 상황에서 목숨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은
그런 친구를 가진 이 얼마나 될까, 그런 이들은
얼마나 가치있고 아름다운 삶을 가꿔나간 것일까...
지금 이 나이에 새삼스레 아직도 만들지 못한
진실한 친구를 목말라한다는게 우스운 일이 될 수도
있으나 위의 시를 읽으면서 잠시
주위의 친구와 오랜 시간 함께해왔던 많은
친구들을 그려본다.
그들을 목숨과도 같은 친구로 만들지 못한 자신을
반성해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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