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의 회상 /이외수
밤새도록 신문지 같은 빗소리를 한 페이지씩 넘기다가
새벽녁에 문득 봄이 떠나가고 있음을 깨달았네
내 생에 언제한번 꿀벌들 날개짖소리 어지러운 햇빛 아래서
함박웃음 베어물고 기념사진 한장 이라도 찍어 본적 있었던가
돌이켜 보면 내 인생의 풍경들은 언제나 흐림
젊은날 만개한 벗꽃같이 눈부시던 사랑도 끝내는 종식되고 말았네
모든 기다림 끝에 푸르른 산들이 허물어 지고
온 세상은 절망으로 범람하는 황사바람
그래도 나는 언제나 펄럭 거리고 있었네
이제는 이마위로 탄식처럼 깊어지는 주름살
한 사발 막걸리에도 휘청거리는 내리막
어허,아무리 생각해도 알수가 없네
별로 기대할 추억조차 없는 나날속에서
올해도 속절없이 봄은 떠나가는데
무슨 이유로 아직도 나는 밤새도록 펄럭거리고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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