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기행

통영, 그 곳에 가다/문학기행

달빛그림자 2009. 12. 10. 23:40
[통영]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미당은 '국화 옆에서'라는  시에 그렇게 적고 있다.

통영을 만나기 위해 나는 그렇게 즐기던 잠을 설쳤다.

눈 떠보니 4시30분

빨라도 너무 빠른 시간이다.

하지만 다시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이미 깬 잠은 다시 올리가 만무하다.

이왕지사 깬 잠 밥 시간까지는 나만의 호젓한 시간이렸다.

통영으로 문학기행을 떠나니 통영에 적을 둔 이들을 한번 찾아보는 것도 좋을듯 싶었다.

박경리의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를 펼쳤다.

참으로 오랫만에 쥐어 본 시집이다.

비우고 또 비우고 가다듬고 또 가다듬은 시어들이 가슴에 와 닿았다.

시에 취하니 새볔 어스름은 순식간에 걷히고 말았다.

늘 그렇듯 평상시와 같은 분주한 일상이 있는 아침이었다.

아니,집을 나서면서는 일상이 아닌 일탈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도심을 탈출하듯 빠져나간 버스는 깊어가는 가을을 앞서듯 뒷서듯 안겨주었다.

사는 것에 너무도 급급해서인지 정작 가을임에도 가을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즈음에

만난 들녘은 가을 걷이가 다 끝난 뒤라서  허허로웠다.

비가 오지 않은 탓인지 지금쯤 어디서든 만날수 있으련만 곱게 물든 단풍은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일단 떠나는 것만으로도 홀가분한 문학기행이다.

이동 중에 박경리의 소설 통영을 무대로 펼쳐진 '김약국의 딸들' 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퀴즈도 푸니 2시30분 남짓한 시간은 훌쩍 가버리고 만다.

맨 먼저 통영서 우릴 반기는 것은 바로 바다다.

갈매기 날으고 바다 위에는 한가로이 배들이 표류하고 있다.

콧끝으로는 벌써 갯내음이 진하게 묻어온다.

통영의 어느 시인이 그랬던가?

그를 키운 것은 8할이 바다였다고

통영이 낳은 유명인들이 많다.

시인 김춘수 청마 유치환  극작가 유치진 박경리 윤이상 전혁림

문학을 하고 미술을 하고 음악을 하는 그들에게 통영의 바다는 오롯이 창작의 밭이 되었을 것이다.

무수히 걷어 올려도 또 건질 것이  있는

마르지 않은 샘과 같은 풍요의 바다!

그들에게 바다는 일용할 양식이기도 했다.

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청마 문학관은 운치가 있었다.

청마의 삶과 문학을 한눈에 보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았다.

이룰 수 없는 비운의 사랑이 그에게 많은 불면의 밤을 주었고 그 불면의 밤은

주옥같은 시들을 그에게 안겨주었을것이다.

초가의 아담한 생가도 눈에 들온다.정갈한 장독대 한켠에서 그 옛날 아낙이 돼보려  사진 한컷

점심은 통영의 내 놓라하는 맛난 음식이다.

통영굴밥

통영 앞바다에게 갓 따온 굴이기를 바라면서 먹는 굴밥은 정말 별미다.

점심 후 전혁림 미술관에 들렀다.통영이 자랑하는 추상화가 노익장을 자랑하면서 작업활동을 왕성히 한다는 한 예술가의 혼을

만날 수 있으려니 잔뜩 기대했는데

이런 쯧쯧!!!

가는 날이 휴관일이다.

속 내용은 상상만 하고 미술관 겉 모습만 열심히 들여다 보고 왔다.

건물 전체를 타일로 했고 그 타일엔 그의 작품들이 나오니 어쩌면 속을 볼 수 없었어도

다 본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주인없는 미술관에 가을햇살은 또 왜 그다지도 곱던지!

다음은 충렬사다.

이순신장군을 모신 사우다.전국의 이순신 사우는 26개정도라니 그 유명세를 또 한번 실감한 곳일수밖에

충렬사 건너편에 있는 명정골 우물이 발길을 붙잡는다.

김약국의 딸들의 배경이 된 곳이 바로 명정골인지라 그 앞에 놓은 육필원고도 놓칠 수 없다.

저만치 박경리의 생가가 보이지만 갈수가 없다.단체여행의 한계인 것이다.

충렬사에서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그곳에 근무하는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니 충렬사를 다시 보게 되었다.

흔치 않는 건물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온다.

마당에 깔린 오석,용마루에 있는 구멍 그리고 8괘  내삼문 위에 있는 구멍.망해 모두가 깊은 의미가 있는 것들이었다.

명정골

해와 달을 상징하는 것들이 그 건물에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었다.

해설사의 멋진 해설이 없었더라면 보고도 볼 수없었을것을 보게 된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고했던가?

해설사 덕분에 많은 것을 또 알게 된 곳이었다.

다음은 낙망산 공원

가파른 고개를 넘어서 만난 낙망산 조각 공원은 드 넓은 바다를 선물했다.

때마침 물살을 가르고 지나는 거대한 배도 한자락 풍경이 된다.

그저 보고만 있어서 좋은 바다

벤치에 앉아 바다를 품으니  솔향이 묻어나는 바람도, 가을햇살도 시가 될듯 싶은데.....

시는 아무나 쓰는게 분명 아니다.

시상이 맴돌긴 하는데 맴돌다 자리를 못 잡고 그냥 떠난다.

천상 나는 시인일 수가 없었다.

가을의 여유로움을 한껏 느꼈던 낙망산 산책은 바다도 좋았고 바람도 좋았음에 말해 무엇하랴!

오후 4시

버스는 통영을 벗어나 귀향을 서둘렀다.

못내 아쉬워 보이지 않을때까지 쳐다본 통영의 바다는 추억이고 그리움이었다.

10월 끝자락에 나선 통영은 책을 좋아하는 이들과의 아름다운 동행  그 동행이었다.

10월 28일 통영으로 문학기행을 다녀와서

 

 [전북 김제]


소설 아리랑의 주요 배경이 된 김제평야. 일제의 첫번째 수탈대상이 되었다.

찌는 듯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소슬바람 불기 시작하는 유난히도 매력적인 가을의 문턱이다. 독서하기에도 좋은 초가을, 지친 일상을 털어내고 청아한 가을 길을 따라 문학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낡은 서점 깊숙이 먼지로 흠뻑 둘러쓴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만나는 주인공들의 삶. 문학 속 풍경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휴식 이상의 값진 경험과 감흥을 얻기에 충분하다.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온라인마케팅팀 손은덕 기자(tossong@naver.com) 
 



풍요러워 서러분 땅, 징게맹개외배미 … 소설 ‘아리랑’ 속 그 곳



        넓디 넓은 김제평야를 배경으로 민족의 수난을 담은 아리랑이 집필되었다.

‘그 끝이 하늘과 맞닿아 있는 넓디나 넓은 들판은 어느 누구나 기를 쓰고 걸어도 언제나  헛제자리걸음질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일제치하에서의 민족의 수난과 투쟁의 역사를 담은 소설 ‘아리랑’ 에서 작가 조정래는 그 배경이 된 김제들녘을 가리켜 이렇게 표현했다.

대하소설 ‘아리랑’ 의 무대인 김제. 실로 도로를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김제 들녘을 바라보니 왜 이 들녘을 징게맹개외배미(이 배미 저배미 할 것 없이 김제와 만경을 채운 논들은 모두 한배미로 연결돼 있다는 뜻인데 그만큼 넓다는 얘기)이라 불렀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풍요로웠기 때문에 일제에 의해 철저히 수탈당할 수 밖에 없었던 슬픈 땅.
 



부량면에 있는 조정래아리랑문학관은 김제 들녘을 배경으로 민초들의 고단했던 삶 뿐만 아니라 작가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의 장으로 손색이 없다. 모두 제1전시실에서 제3전시실로 구성되는데 아리랑 각 부의 줄거리와 함께 작가가 취재 시 사용했던 물품들, 창작의 과정을 좇아 빼곡히 정리된 취재수첩 및 자료노트들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원고 집필 계획표에 빨간 펜으로 적어놓은 작가의 말은, 전권 12권의 아리랑을 완성하며 작가가 일제강점기 식민지 민중들의 박탈된 삶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산 기록이며, 교과서나 역사책에서 배우지 못한 해방의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의식마저 일깨워 준다. 

   
 전 12권을 집필하는 동안의 작가의 물품과 취재수첩들


황금 들녁의 상징, 벽골제에서 맞는 제10회 김제지평선 축제




아리랑문학관을 둘러본 다음 풍요의 땅 김제의 상징이자 옛 조상들의 농경문화를 엿볼 수 있는 벽골제로 가보자. 지금으로부터 약 1700여 년 전 백제 비류왕 27년에 축조된 우리나라 최초, 최대의 수리시설인 벽골제는 현재 저수지가 모두 흙으로 매어져 테마공원으로 꾸며졌다. 공원 안에는 장생거와 경장거라는 두 수문과 농경문화의 기원과 역사를 엿볼 수 있는 벽골제수리민속유물전시관, 단아각, 단야루 등이 있어 아이들의 체험교육 학습장으로 안성맞춤.

 


         벽골제의 수문 중 하나인 경장거

       벽골제수리민속유물전시관의 내부모습


10월 1일부터 5일까지 ‘제 10회 김제지평선 축제’ 도 열린다. 이 축제는 농경문화체험 프로그램으로 4년 연속 최우수 문화관광축제에 선정되기도 했다. 주행사장인 벽골제에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공연행사와 전통문화 및 농촌 가을걷이 등 농경체험 프로그램이 펼쳐져 벼 수확과 탈곡 및 방아찧기, 새참먹기 등 농촌 풍경이 연출된다고 한다.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벽골제에서 아이들과 함께 가을날의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 조정래아리랑문학관 자세히 보기

☞ 벽골제 자세히 보기

☞ 지평선 축제 자세히 보기

 

믿음으로 귀의하는 절집 ‘귀신사’ … 소설 ‘숨은 꽃’ 속 그 곳

 


      

 

위왼쪽 : 명부전의 모습
아래왼쪽 : 사자상 위의 남근석주
  1.  
   
          양귀자  소설 '숨은 꽃' 의 배경지 귀신사 대적광적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양귀자의 소설 ‘숨은 꽃’ 의 배경지는 금산면 청도리에 있는 귀신사다. 믿음으로 귀의한다는 의미의 귀신사는 신라 문무왕 16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비구니사찰. 양귀자는 소설에서 귀신사를 두고 ‘우선 이름으로 나를 사로잡고, 영원을 돌아다니다 지친 신이 쉬러 돌아오는 자리’ 라 표현했다. 이름에서도 버뜩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참으로 오묘한 절집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소설 속에서의 귀신사는 감나무 마다 주렁주렁 감이 매달려 탐스럽게 익어가는 가을날의 모습이다. 굳이 가을에 찾지 않더라도 쉴새없이 붉은 꽃들을 피어내는 배롱나무로 뒤덮인 여름날 귀신사의 정취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맞배지붕 형태의 대적광적 안에는 거대한 비로자나불이 객을 맞는다. 역시 같은 지붕형태의 명부전 뒤로는 고려시대에 건축된 듯한 3층 석탑과 석수를 볼 수 있는데, 특히 석수는 서쪽으로 보고 납작 엎드린 돌사자 위에 정교한 남근석주가 꽂혀있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모악산 자락에 위치한 금산사 또한 국보 62호로 지정된 미륵전을 비롯해 갖가지 보물들이 많아 호남 제일의 고찰로 손꼽힌다. 백제 법왕 때 창건된 금산사는 특히 동양 최대의 실내 입불 미륵보살상을 모신 미륵전이 압권이다. 법당 마루의 중생들을 내려다보는 거대한 미륵보살을 품고 있는 미륵전은 목조로 된 3층 법당으로 내부는 통층으로 되어있는 특이한 구조. 견훤의 아들 신검이 권력에 눈이 멀어 견훤을 감금한 곳이기도 하다. 미륵전 외에도 대장전, 적멸보궁 등 둘러볼 보물들이 아주 많다.
 

 ☞ 귀신사 자세히 보기
 ☞ 금산사 자세히 보기 

  
 동양 최대의 입불 미륵보살상을 모신 금산사의 미륵전

 


바다가 절을 부르고, 절이 또한 바다를 부르나니…
- 망해사-

 



             바다를 품은 절집 망해사, 범종각에서 지는 낙조의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진봉면으로 가는 702번 도로에서 만나는 또 하나의 절집. 만경평야의 지평선 끝자락, 수평선이 시작되는 곳에 바닷가 사찰 망해사가 서 있다.
 


             스님의 거처로 쓰이는 낙서전

푸른 녹음에 휩싸인 언덕길을 올라 만나는 망해사는 그저 ‘쏴아악’ ‘쏴아악’ 바람소리, 새 소리만 이따금 가늘게 들릴 정도로 고요하다. 642년 백제 의자왕 때 세워진 만큼 오랜 역사에 가지고 있지만 그에 비해 규모는 초라하다.
고작 법당 겸 스님의 거처로 사용된 낙서전과 큰 노송나무 두 그루, 범종각이 전부다. 허나 바다가 확 트인 전망은 어느 곳에 비할 수가 없다. 넓게 뻗은 갯벌을 따라 멀리 고군산열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낙서전 바로 앞 바다를 향해 서 있는 범종각, 바로 이곳에 걸리는 낙조는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멀리 바다 위에 고즈넉이 걸린 심포항이 아른거린다.




심포항은 싱싱한 해산물과 넓은 개펄로 이름이 높았다. 허나 새만금 사업이 시작되면서 과거의 영화는 온데 간데 없고 큰 자물쇠로 입을 막아버린 가게들, 생업을 잃은 사람들이 모두 떠나버린 외로운 심포항. 정박한 배들이 바람결에 흔들리는 소리만 요란하다.

배들 사이로 늬엿늬엿 해가 지기 시작하더니 빠른 속도로 바다에 곤두박질친다. 언젠가 다시 꺼내보더라도 오롯이 기억될 만큼 찬란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는 심포항의 여름밤. 숨이 막힐 듯 온통 붉은 빛이다.  행복해진다.  

  
                 심포항의 아름다운 낙조의 풍경


☞ 망해사 자세히 보기
☞ 심포항 자세히 보기

 

<여행 즐기기>


◎ 벽골제, 조정래아리랑문학관 찾아가는 방법
1) 호남고속도로 서전주IC에서 김제시내통과, 정읍방향 (소요시간 30분)
2) 서해안고속도로 서김제 IC에서 김제우회도로 경유, 정읍방향(소요시간 20분)
* 벽골제 문의 : 063-540-4986
* 조정래아리랑문학관 문의 : 063-540-3934


◎ 망해사 찾아가는 방법
1) 호남고속도로 - 서전주 나들목 - 김제 방면 716번 지방도-김제-29번 국도 만경방향 - 만경종합여중고교 - 702번 지방도 심포항 방면-망해사

2) 서해안고속도로 서김제 IC - 29번 국도 만경 방향- 만경종합여중고교 - 702 지방도 심포항 방면- 망해사


◎ 금산사 찾아가는 방법
호남고속도로 금산사IC - (2.5km) - 원평지서 삼거리(좌회전) - 금산사 방면 712번 지방도로 - (4.2 km) - 금산사 입구 바로 못 미처 왼쪽으로 712번 지방도로 - (2.9km)- 청도리 - 좌측으로 300m 거리(시멘트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