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87-신동엽/껍데기는 가라 [애송시 100편-제 87편] 껍데기는 가라 - 신 동 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 [글]/음악과 글 2008.11.17
애송시88-이형기/낙화 [애송시 100편-제 88편] 낙화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凋응?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 [글]/음악과 글 2008.11.17
애송시89-김정환/철길 철길이 철길인 것은 만날 수 없음이 당장은, 이리도 끈질기다는 뜻이다. 단단한 무쇳덩어리가 이만큼 견뎌오도록 비는 항상 촉촉히 내려 철길의 들끓어오름을 적셔주었다. 무너져내리지 못하고 철길이 철길로 버텨온 것은 그 위를 밟고 지나간 사람들의 희망이, 그만큼 어깨를 짓누르는 답답한 것이.. [글]/음악과 글 2008.11.17
애송시90-김광균/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포화(砲火)에 이즈러진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케 한다. 길은 한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어 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나무의 근골(筋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 [글]/음악과 글 2008.11.17
애송시91-안현미/거짓말을 타전하다 [애송시 100편-제 91편] 거짓말을 타전하다 - 안현미 여상을 졸업하고 더育隔?긴 곤충들과 아현동 산동네에서 살았다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 같았다 사무원으로 산다는 건 한 달치의 방과 한 달치의 쌀이었다 그렇게 꽃다운 청춘을 팔면서 살았다 꽃다운 청춘을 팔면서도 슬프지 않았다 가끔 대학생이 .. [글]/음악과 글 2008.11.17
애송시92-김준태/참깨를 털면서 [애송시 100편 - 제 92편] 참깨를 털면서 / 김준태 문태준·시인 산그늘 내린 밭 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 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 한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 세상사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 참깨를 털어.. [글]/음악과 글 2008.11.17
애송시93-감나무/이재무 [애송시 100편 - 제 93편] 감나무 - 이재무 감나무 저도 소식이 궁금한 痼甄?BR> 그러기에 사립 쪽으로는 가지도 더 뻗고 가을이면 그렁그렁 매달아놓은 붉은 눈물 바람결에 슬쩍 흔들려도 보는 것이다 저를 이곳에 뿌리박게 해놓고 주인은 삼십년을 살다가 도망 기차를 탄 것이 그새 십오년인데…… 감.. [글]/음악과 글 2008.11.17
애송시94-가지가 담을 넘을 때/정끝별 [애송시 100편-제 94편] 가지가 담을 넘을 때 - 정 끝 별 이를테면 수양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그건 수양 가지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얼굴 한번 못 마주친 애먼 뿌리와 잠시 살 붙였다 적막히 손을 터는 꽃과 잎이 혼연일체 믿어주지 않았다면 가지 혼자서는 한없이 떨기만 했을 것이다 한 닷.. [글]/음악과 글 2008.11.17
애송시95-인파이터 코끼리군의 엽서/이장욱 [애송시 100편-제 95편] 인파이터 - 코끼리군의 엽서 - 이장욱 저기 저, 안전해진 자들의 표정을 봐. 하지만 머나먼 구름들이 선전포고를 해온다면 나는 벙어리처럼 끝내 싸우지. 김득구의 14회전, 그의 마지막 스텝을 기억하는지. 사랑이 없으면 리얼리즘도 없어요 내 눈앞에 나 아닌 네가 없듯. 그런데, .. [글]/음악과 글 2008.11.17
애송시96-김경미/비망록 비망록 햇빛에 지친 해바라기가 가는 목을 담장에 기대고 잠시 쉴 즈음. 깨어보니 스물네 살이었다. 신(神)은, 꼭꼭 머리카락까지 졸이며 숨어있어도 끝내 찾아주려 노력하지 않는 거만한 술래여서 늘 재미가 덜했고 타인은 고스란히 이유 없는 눈물 같은 것이었으므로. 스물네 해째 가을은 더듬거리.. [글]/음악과 글 2008.11.17